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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편백 上


엄마는 편백을 좋아하셨다. 베개, 책꽂이 같은 흔한 제품부터 도마에 이르기까지 편백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엄마는 피톤치드 향을 좋아하고, 내게도 좋아하라고 십여 년간 강요를 하신 셈이다. 

편백으로 만든 독서대에 향이 날아갔다며 수액을 몇 번이나 다시 뿌려주셨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 재앙이었다. 

나는 그 향이 도저히 좋아지지 않았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오이를 먹지 않으려 한다. 오이의 맛과 씹는 느낌, 후에는 그 생긴 모양까지도 싫어하게 된다. 그 안에 무슨 영양소가 있고 효과가 있어도 싫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난 오이 안 먹어." 나중에 먹게 된다 해도 그건 나중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러니 나도 스스로 편백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편백의 향을 맡으며 자라야 했다.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나는 운명론을 믿지 않는다.

엄마는 편백을 좋아하시다 못해 그것처럼 사신 분이었다. 

결국엔 이모와 함께 산 입구에 가게를 차리더니 편백 기념품을 팔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숲처럼 깊은 몸 냄새와 분위기를 풍겼고, 그걸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다만 당신의 편백 사랑이 너무 격렬해서 나에게는 호들갑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엄마는 애정과 열정을 담아 피톤치드의 효능을 설명하고, 말재주는 날로 늘어 많은 단골손님을 만들었다. 그 영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유일한 사례가 나다. 

편백 제품은 그저 죽은 나무의 시체일 뿐이다. 나는 죽어도 그걸 파는 일을 물려받고 싶지 않았다. 내 진로를 두고 나와 엄마는 대립했다. 내가 좋아 저 나무 조각 따위가 좋아, 같은 유치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기어코 회사에 들어가고 첫 월급이 들어오자 엄마는 말로는 축하해주셨지만 한 편으로 씁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셨다. 편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산이 유명해지자 아빠도 엄마 가게를 도왔다. 나는 그 산기슭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오피스텔을 구했다.

회사에서 처음 만났던 애인은 내게서 나는 숲 향기가 좋다고 말했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단 걸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는 나무 냄새를 가지게 되어버렸다. 

그게 너무 속상했고, 아무것도 아닌데 크게 싸웠다. 그 사람은 끝까지 나무의 시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칭찬이었다는 말을 반복할 따름이었다. 

그건 내게 절대 칭찬이 될 수 없었는데도. 

그 사람과 헤어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틀렸든 그가 틀렸든 간에,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까. 차라리 다행이었다.

두 번째로 만났던 애인도 역시 피톤치드 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다만 나는 이번에도 싸우긴 싫어 그냥 엄마가 편백을 좋아하신다고만 말했다. 

그는 내게 편백 향보다 어디 상표의 향수도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추천해줬다. 거기까지 듣고 나자 그에게서 시원한 향이 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조향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곳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퇴사하고 나서 그에게 많은 지원을 해줬지만, 그는 번번이 실패했다. 나는 매번 다음엔 더 붙을 거라며 위로했다. 사실 그건 내 희망 사항에 가까웠다. 

기간이 길어지자 그 스스로 자괴감도 문제가 되었다. 

"너무 높은 곳을 노리는 거 아니야?"

내 말실수가 그의 열등감 폭탄에 불을 붙였다. 

회사의 인사과들은 그의 직업 세계와 장인 정신을 몰랐다.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나는 어딘가에서, 그가 나의 편백 향을 벗겨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편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내 연애에서 너무 큰 조건이 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사랑했었는지조차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짜증이 치밀었다. 

이모에게서 전화가 온 건 두 번째 이별을 겪고 얼마 안 된 때였다.

"엄마가 실종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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