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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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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슨대 : 한국의 대표적인 어둠 속성의 악당 요괴. 평소엔 어린아이 모습으로 상대를 꾀어내며, 빛 등으로 본체인 그림자를 없애야만 퇴치할 수 있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살해하는 묘사가 부각되는 '악귀'에 가까운 존재.
_본 글은 그슨대 설화에 영감을 받아 창작한 것으로, 개인 취향대로 덧붙여진 설정이 존재함을 밝혀둡니다._





1_

내가 태어났을 때 난 그림자로서 그에게 붙어있었다.

그는 달을 닮은 새하얀 머리칼과 피부를 가진 남자아이로,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며,

- 도련님. 으로 불리었다.


2_

나도 그를 닮아

열세 살쯤 되는 아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달빛처럼 아름다운 그와 달리 

내게 주어진 색은 온통

흑색이었다.

3_

어느 날  

그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반가움에 웃어주자, 

그는 놀라 뒤로 자빠졌다.

그 소리에 하인들이 달려왔고

"아무일도 아니야." 따위의 소리가 들렸다.



4_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몸에 색소가 부족한 불치병을 앓고 있었다.


5_

또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아니 물어봤다.

"넌 누구야?"

나도 몰랐다. 

솔직히 말하니 그는 인상을 팍 썼다.

"바보."

그 때 나는 바보라는 말의 뜻도 알지 못했다.



6_

"먼지."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네 이름은 그거야. "

그가 고갤 끄덕이자 ,나도 따라 끄덕여졌다.



7_

그 뒤로도 그는 먼지라는 내 이름을, 

몇 번이고 반복해 불렀다.



8_

생각해보니 그는 항상

혼자 있을 때 나를 부르곤 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털어놓거나 했는데

글이란 걸 배우는 그가, 

나는 줄곧 부러웠다.


9_

근데 훈장님은 무서운 사람같아.


10_

하루는 그가 많이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그를 안아주려고 했는데

그러기에 내 몸은 너무 차가웠다.

나는 그림자에 불과했으니까. 


10.5_

어쩌면 내가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그림자였으니까.



11_

"먼지야. 정말 내가 저주를 받은 걸까?"

"그래서 이렇게 새하얀 걸까?"

나는 한사코 도리질을 하며 그를 위로했다.

그가 슬프게 웃었다.



 12_

그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당했다.

아마 그 해에 돌았던 역병때문이었을 것이다.

13_

방에 둘만 남는 날이 늘었다.

덕분에 그는 나랑 더 오랫동안 놀아주었다.

밤을 샌 날도 있었다.

"내 이름은 월하야. 최 월하."

"달이라는 뜻이래."



14_

아, 그 날엔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대랑 나랑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 것이야. -  

달님은 노래도 잘했다. 

잊고 싶지 않은 목소리다.



15_

"그 하얀 녀석의 저주인 게 분명해."

헛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그 말을 믿었다.


16_

"날 죽이기로 했다나 봐."

"역병이고 흉년이고 다 내 탓이래."

말뜻은 몰랐지만 달님이 울고있는 것 쯤은 알았다.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헷갈렸다.

뜨거운 눈물이 내게 떨어져 차갑게 식어갔다.

"너도 내가 죽어야한다고 생각해?"

달님을 위로하고 싶었다.



17_

"도망쳐요."내가 말했다.


18_

온통 새까맸다.

검은 밤하늘 아래로 그가 든 촛불이 흔들렸다.

작은 불빛에 비친 그의 눈동자에서

나는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모퉁이를 돌고 또 돌았다.



19_

붙잡혔다.



20_

달님을 붙잡은 사람들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인내심도 바닥난 듯 했다.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달님을 죽이려고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내 잘못이었다.



21_

달님이 떨어뜨린 촛불이 나를 태웠다.

대박 아팠다.

끊어지는 듯 아팠다고 표현할까?

실제로 다음 순간에 나는 달님에게서 끊어져 나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22_

정신을 차려보니 도망치는 한 사람 빼고는 다들 죽어 있었다.

아, 달님도 빼고.

달님은 소리도 못 내고 울고 있었다.

내가 한 짓이란 것만은 알 수 있었다.



23_

"달님, 괜찮아요?"

"너 괴물이야?"

그 말이 나를 갈기갈기 찢었다.

달님의 다친 다리와 어른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괴물은 언젠가 달님도 저렇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24_

"난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달님을-

이번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25_

"달님은 아무도 안 해쳤어요."

"역병도 흉년도 나도. 달님 때문은 아니에요."

"..먼지야."

"우리 둘만 있는 데로 가자."

하늘님 나를 시험하지 말아요.

"그럼 아무도 죽이지 않고, 그치?"

달님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야해요.

"난 괴물인데?"

"나도 괴물이야."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내가 태어난 거야.


26_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도망간 사람이 데리고 오는 모양이었다.

"다 나 때문이었다고 말해야 해요."

"내가 저주였다고."

"저주는 도망쳤다고."

나는 달님이 울부짖는 소리를 뒤로하고 뛰었다.




27_달님은 잘 둘러댔을까.살았을까.


28_어째선지 나는 어른의 몸이 되지 못한다.

29_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달님은 죽었다.

나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바람에 죽었다.

그리고 난 죽지 못한다.

어떻게 해도 이 두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30_

달님. 이제 먼지 안 아파요.

하지만 달님은 아팠죠.

어떻게해야 달님이 살 수 있었을까요.

그런 방법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어요.

나도 사실 다 알고 있었어요.

냥 달님을 안아줄 걸 그랬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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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월하 이야기